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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성 김대건 안드레아 한인 가톨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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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와 함께 한 6개월

2018.08.03 00:48

까따리나 조회 수:212

     올해 1월 초, 성당 게시판에 기타교실 공지가 붙었습니다. 제가 그걸 지나가다 본 것도 아니었고 봤어도 배울 생각은 전혀 안했을 겁니다. 그런데 같은 반모임에 속한 친한 언니가 같이 기타 배우자면서 제 이름도 써놓겠답니다. 작년부터 새롭게 시작한 일과, 이미 봄에 한국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렵겠다고 하려다가 간곡하게 권유하니 일단 한 번 해보고 잘 안되면 그만 두지~ 하고 기타 교실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그렇게 2018 128, 성 김대건 디트로이트 한인 천주교회 교중 미사 후 소성당에서 생후 처음으로 기타를 잡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악보도 잘 볼 줄 모르고 악기 다루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항상 생각해 왔었습니다. 악기라고는 여섯살 무렵부터 약 4년 간 동네 학원에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던 것이 전부인데, 종종 피아노 위의 탁상 시계 바늘을 20분 정도 빨리 돌려 놓곤 했었지요. (그러면 빨리 집에 갈 줄 알고  ㅋㅋ) 결혼 후에 남편의 유학으로 미국에 왔고 첫 직장을 잡은 도시에 살고 있을 때 남편 가브리엘이 어느 날 중고 기타를 하나 사왔습니다. 그는 대학 때 써클룸에서 치던 가락으로 밤에 가끔씩 기타를 치면서 흘러간 유행가를 부르곤 하였죠. 제가 한국에 다니러 갈 때 기타악보집을 사다 주기도 했었는데 부럽다든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했었습니다. 피아노와 비올라 렛슨을 막 시작한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를 닮지 말고 열심히 악기 연습해주기를 바랬을 뿐 ㅎㅎ  

 

     기타교실 첫 날은 기타의 구조, 명칭 등과 도레미파솔라시도, 개방현의 음, 온음과 반음 등의 내용을, 두째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코드(Chord: 기타의 화음)와 주법(리듬)을 배우는데 토마스 선생님의 이론과 실기 수업이 저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무척 낙심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기타로 배우는 첫 곡인 <곰 세 마리>에 나오는, 가장 기본 코드인 C 코드는 아무리 연습해도 소리가 나지 않아 더욱 저를 난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무리인거 같아 다음 수업은 나가지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저를 기타 교실에 끌고 들어간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보아 하니 다음 수업에 안나올거 같은데 내가 도와줄테니 그만 두지 마라 며 저희 집으로 기타를 들고 찾아 왔습니다.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이론을 열심히 설명해 주고 코드 잡는 연습을 시켜주고 갔는데 저에게 마음을 써주는 언니의 정성을 봐서 결국 주일날 기타를(남편 쓰던 거) 들고 갔었지요. 이제 다들 곰 세마리는 문제 없이 치는 분위기 입니다. ㅠㅠ  저만 빼고 3월에는 여행 관계로 두 번, 4월에는 한국에 5주 방문으로 또 빠지기 때문에 그만 두려면 지금인데 이상하게도 수업을 마친 후에 드는 생각은, 이왕에 시작한 거 계속 해보자 였습니다.  이론은 천천히 이해하기로 하고 기타 코드(약 20개)부터 무조건 외우자 생각하고 그 날 제 전용 기타를 구입했습니다. ^_^  

 

     기타의 주법에는 크게, 손가락이나 피크를 이용하여 여러개의 줄을 동시에 위 아래로 치는 스트로크(Stroke)와 줄을 하나씩 튕기는 아르페지오(Arpeggio)가 있습니다. (스트로크 주법에도 슬로우고고, 슬로우락, 칼립소, 왈츠, 4비트, 8비트 등등 패턴이 다양함) 한국 가기 직전에 아르페지오를 배우게 되었는데, 스트로크 주법은 아주 어려운 코드만 아니면 대충 소리가 나는데 아르페지오는 쉬운 코드라도 정확하게 잡히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낙심했죠. 아르페지오도 4분의 3박자냐, 4분의 4 박자냐에 따라 몇 가지의 패턴들이 있는데 선생님이 학생들 일일이 하는 것을 지켜 보시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켜보면 긴장해서 더 안되는거 있잔아요. 일일이 손가락 번호 알려주시면서 시범 보여주시는데도 입력이 안되고 계속 까먹기 일쑤 그런데도 선생님은 인내심을 가지고 될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 주시며  가르쳐주시고 독려해 주셨답니다. 귀중한 시간 내어서 렛슨을 해주시는 선생님을 봐서라도 계속해야 했습니다. ^_^

 

     부활절이 지나고 한국에 갔습니다. 중고기타를 5만원에 구입하고 대형 서점에 가서 기타 악보집 두 세권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시간 날 때 조카방에 들어가 쉬운 노래들을 찾아 연습을 했습니다. 이제 조금씩 재미가 들기 시작하던 어느날, 기타교실 단체 카톡방에 6월말이나 7월 초에 마지막으로 미사 후에 특송 두 곡을 연주하고 이번 기타교실 1기를 마친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한 곡은 스트로크 주법으로, 한 곡은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한다고 하네요.  이때는  아르페지오 주법의 연주가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 곡만 연주하고 나올 수도 없고 해서 특송 연주는 생각 안하고 그저 재미로 쉬운 70, 80년대 가요 곡(만남, 연가, 짝사랑, 쎄씨봉, 심수봉 노래 등등)들만 연습해 보다가 다시 미시간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기타교실에 복귀하여 한달 여의 남은 시간 동안 본격적으로 특송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스트로크 주법의 곡(주님 저 하늘 펼치시고)는 그럭저럭 따라 갈 수 있었으나 아르페지오 곡(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은 여전히 소리도 잘 안나고 기타줄을 하나하나 튕기면서 코드를 바꿔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 두 곡만 연습하는 것도 벅찬데, 우리들이 연습하는 것을 지긋이 지켜 보시던 전례부장님이 78일 미사 전례곡까지 기타 반주를 <초보자 기타교실>에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입당, 봉헌, 성체, 파견성가와 특송 포함 총 일곱 곡을 연주하게 된 것입니다. 일곱 곡 모두 토마스 선생님께서 어렵지 않으면서도 좋은 곡들로 선곡을 잘 해 주셨고 아르페지오 곡이 세 곡 더 추가되어 연습량이 많아지면서 소리가 어느날 부턴데 조금씩 나기 시작했습니다.ㅎㅎ 그로부터 3주일 간 혼자서, 남편과 둘이서, 그리고 성당에서 다 함께 연습하면서 일.... 하기도 하고 실전에서도 버벅대는 실수가 있었지만 기타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다른 분들이 잘 받쳐 주셔서 무사히 합주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동 가능한 악기로 직접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재미가 매우 쏠쏠해서 일하는 짬짬이 살림을 해야 되는데 짬짬이 기타치고 노래해서인지 남편으로부터 약간 비난조(?)  베짱이, 딴따라 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왜 남편이 가끔 기타치며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댔는지 이제 이해가 갑니다.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입니다~ 둘 이상 합주를 하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이제 막 기타에 입문한 초보이지만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내년 쯤에는 태극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가요 부르기 (Sing-Along) 반주 자봉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같이 봉사할 봉사자 모집~) 이를 대비하여 요즘은 국민 애창곡인 <돌아와요 부산항에> <소양강 처녀> 를 연습중이고 어머니 세대가 좋아하시는 눈물 젖은 두만강(1938), 동백 아가씨(1964), 노란샤쓰의 사나이(1962) 등등 개중 치기 쉬운 노래부터 연습 들어갈 예정입니다.  (몇 년이 걸리지 모르지만 최종목표로 하는 가요곡은 하이코드도 많고 박자 맞추기 어려운  '애 있어요')   ^_^    

  

     가족신문에 올리려고 쓰기 시작 한 것이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기타교실 2기가 시작된다면 교우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_^

 

기타 교실을 허락해 주신 베드로 푸리에 본당 신부님,

기타 교실 1기를 6개월간 맡아 성심 성의껏 지도해 주신 토마스 선생님,

기타 교실에 미사 성가 봉사를 맡겨 주신 아타나시오 전례부장님,

기타 교실에 저를 넣고 그만두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해 주신 세라피나 자매님,

기타 교실과 미사 성가 봉사에 함께 했던 형제 자매님 그리고 어린 친구들,

기타 교실 합주 동영상을 멋지게 잘 편집해 주신 토마스 형제님,

마지막 한달 간 매일 한 번씩 성가와 특송을 합주해 준 가브리엘씨,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신 Invisible Hand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