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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성 김대건 안드레아 한인 가톨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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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연애 편지...

2013.06.15 06:53

이졸데 조회 수:986

제목 그대로입니다.

단, for his daughter, 딸을 위한 연애 편지이지요.

아직 혼자서는 DVD도 못 켜시고 못 보시지만, 

그래도 은퇴 이후 컴퓨터는 구청에서 하시는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하신 덕에

켜고 끄고 인터넷 써치하고 이메일 작성과 보내시는 정도는 하십니다.

그런 아버지는 지인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참 커다란 취미가 되셨네요.

가끔 19금의 이메일 내용도 있습디다만...  ㅜㅜ


글짓기를 잘 못하시는 아버지이지만, 

그래도 딸에게 가끔 메일을 포워딩해주시지요. 이런 저런 내용들의 글들을...

암을 이기는 방법, 세상의 절경들, 감사하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생, 아름답게 나이들어가는 방법...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가 딸에게 하고픈 말들이겠지요.

아무리 과년하고 함께 나이들어가는 딸일지라도, 딸은 딸이니까요.

평생 보내실겁니다. 아마도...


지금도 그러하지만,

어릴때부터 제가 아버지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우리 딸, 최고다."였습니다.

"우리 딸, 자랑스럽다." "우리 딸, 고맙다." "우리 딸, 제일로 기대가 크다." 

"우리 딸 덕분에, 아부지가 억시(매우의 경상도 사투리...) 기쁘게 살아간다."


사실, 그때마다 전 미간을 찌푸리던 아이였습니다.

왜 아버지는 저런 말들을 내게 퍼부을까?

왜 친구 아버지처럼, 멋진 차나 멋진 선물들은 못 사시고, 항상 저런 말씀들만 하실까?

학교 선생님들을 만나실때마다, 혹은 딸과 관련한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아버지는 만면이 웃음으로 덮이면서 그리도 허리를 조아리시며 감사인사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어휴, 아버지는 왜 저러실까?

꼭 저렇게 우습게만 보여야하실까?

제 입은 점점 앞으로 튀어나왔지요.

그리고 

그리도 불만투성이던 딸은 세월과 더불어,

이제 한 남자의 아내로, 시부모님의 며느리로, 아이들의 엄마로,

내 아버지, 어머니가 걸어가셨던 인생의 길을 고스란히 그대로 밟아가면서 

그 옛날을 되돌이켜볼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되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은, 

예수님의 사랑의 말씀도 아니오,

남편과의 뜨겁던 연애 밀담도 아니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동자에서 뿜어나오는 웃음띤 속삭임도 아니고,

바로 그,

내 아버지의, "우리 딸, 최고다"입니다...

그 한마디가 나를 여기까지,

어쨌거나 하고싶은 목표를 세우고 뒤도 돌아보지않고

그 목표를 향해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달리게 만드는,

최대의 원동력이었네요.


오늘의 난,

내 딸들에게 그 아버지의 말씀을 되풀이합니다.

"아휴, 내 딸이 최고다." "내 딸들이 이 세상에서 젤로 예쁘다." "내 딸은 어쩌면 이걸 이렇게나 잘할수 있을까?"

"내 딸들, 고맙다. 엄마의 딸들로 태어나줘서. 이렇게나 귀한 아이들을 하느님께서 엄마에게 주셔서 엄만 정말 감사하단다."

하나의 간절한 바램은,

내 딸들이 성장하여 맞닥뜨릴수 밖에 없는 모진 시기를 거쳐 나아갈때, 

오늘의 내 이 말들이 아이들에겐 작지만 더없이 든든하고 커다란 반석이 되길 바랄뿐입니다.

내 아버지의 딸이 그러했듯이...


고맙습니다. 

아버지를 진정 이해할수 있을때까지 건강하게 살아계셔 주셔서...

그리고 사랑합니다.

갚을길 없는 큰 사랑을, 오직 일방통행으로만 아무 조건없이 퍼부어 주셔서...

당신의 사랑이,

내 인생의 가장 깊고 단단한 밑바탕이 되어 

내일을, 그리고 세계를 살아가도록 만들어주셨습니다.


아버지, 내 아버지...